괌 CCP(Country Club of the Pacific) 라운드 후기 (feat. 무제한 라운드?!)

괌 첫날, 바다 전망에서 여유로운 부부 2인 플레이

첫 라운딩은 전통적이면서, 여유로운 플레이가 가능하고, 숙소(Tumon)에서 차로 30분 내외의 가까운 골프장에서 플레이하고 싶었는데, 딱 적당한 곳을 찾았습니다.

괌 남부 요나(Yona) 지역에 위치한 컨트리 클럽 오브 더 퍼시픽(Country Club of the Pacific, 약칭 CCP)는 1973년 개장한 괌에서 가장 오래된 헤리티지 골프 코스입니다. 일본의 유명한 골프 코스 설계가인 도미자와 세이조(富澤誠造)와 도미자와 히로치카 부자가 디자인한 18홀 코스로, 오랜 역사만큼 현지 단골도 많고 코스에 전통이 느껴집니다.

퍼블릭 코스이면서도 거의 모든 홀에서 태평양 바다 전망을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라운드 내내 눈이 즐겁습니다. 코스는 길이 7,450야드(6,812미터), 파72 규모의 챔피언십 코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앞쪽 9홀은 언덕 지대에 자리잡아 섬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뒤쪽 9홀은 해안을 따라 이어져 시원한 바다 경관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특히 CCP의 Out 코스 3번 홀은 바다를 내려다보며 티샷을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경관 덕에 시그니처 홀로 손꼽히곤 합니다. 😊

Out 코스 3번홀 티샷 풍경

이곳은 퍼브릭 골프장으로 누구나 예약이 가능하며, 다른 유명 리조트의 골프장보다 그린피도 비교적 합리적이라 가성비가 좋은 편입니다(자세한 가격 정보는 글 아래를 참고하세요).

참고로 위치는 투몬(Tumon) 호텔촌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어 렌터카나 셔틀로 접근이 편리합니다. 내비에는 30분으로 나오는데, 교통 정체가 없어서 체감상 2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화려함 보다는 합리적인 것에 좀 더 집중한 클럽하우스 시설

CCP의 클럽하우스와 부대 시설은 한국의 고급 골프장과 비교하면 다소 소박한 편입니다. 외관이나 라커룸 등이 최신식으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골퍼에게 필요한 기본 요소들은 두루 갖춰져 있었어요.

프런트 데스크에서 체크인을 하면, 데스크 입구 반대편에서 카트와 스코어 카드, 아이스버킷과 물을 지급 받고, 바로 첫홀로 이동 가능합니다.

물론 플레이 전에 드라이빙 레인지를 이용할 수 있는데, 타석 10개 내외, 총장 약 200미터의 잔디 레인지를 갖추고 있습니다. 드라이빙 레인지에서도 오션뷰를 감상할 수 있으며, 때때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니 예약 시 미리 확인해보면 좋겠습니다.

오른쪽 뒤가 드라이빙 레인지

탈의실과 샤워 시설도 준비되어 있는데, 시설이 썩 나이스한 편이 아니고, 숙소와의 거리도 가깝기 때문에 대부분 잘 이용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클럽하우스 1층 한켠에는 프로샵이 있었는데, 골프공, 장갑 같은 소모품과 기념 로고 볼 등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해외 골프장을 가면 기념으로 볼마커 하나씩은 사오는 편인데, 이번에는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없어서 패스 했습니다.ㅎㅎ

식음료 시설로는 작은 카페테리아가 있어 음료와 스낵을 살 수 있었습니다. 한국 골프장의 그늘집처럼 코스 중간에 간식 파는 곳은 따로 없고, 9홀 종료 후 클럽하우스로 돌아왔을 때 카페를 이용하면 됩니다. 규모는 작지만 아이스커피나 생맥주, 핫도그 등의 가벼운 메뉴를 팔고 있었고 가격도 리조트 호텔보다 저렴했습니다. 저희는 9홀 턴 후 여기서 음료 두 잔을 사서 시원하게 목을 축였는데, 더위에 고생하다 들어와서 그런지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클럽하우스 레스토랑 메뉴

1회 그린피로 무제한 라운딩 가능?

전반적으로 시설은 낡지만 관리가 잘 된 편이었고, 직원들도 친절했습니다. 라운드 전에 필드 요원에게 이것 저것 물어봤는데, 체력만 된다면 드라이빙 레인지도 코스도 마음껏 이용하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너님 체력만 되면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몸도 풀고, 라운딩도 돌고 싶은 만큼 도쇼~ 체력만 된다면~” 관광지 특유의 낙천적인 말투로 이야기 하는데, 그 말을 듣고서야 골프 여행 온 것이 실감이 나더라구요.

여유가 된다면 27홀을 쳐볼까? 생각했는데, 막상 18홀을 돌아보니… 너무 더워서 더 치기는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체력에 자신 있는 분들이라면 도전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가격 대비 만족도를 따지면, 이 정도 그린피에 이 정도 시설이면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한국에서는 주말 라운드 그린피 생각하면…, 괌 CCP는 천국이었습니다.

코스 컨디션과 플레이 후기

저희는 괌 여행 비수기에 해당하는 4월에 다녀왔는데 날씨는 하루 종일 쾌청했고 비 한 방울 없이 푸른 하늘을 즐길 수 있었어요. 건기 시즌이라 기온은 약 30도 안팎으로 더운 편이었지만 해안가라 그런지 산들바람이 불어와 견딜 만했습니다. 대신 자외선이 강하기 때문에 선크림은 자주 덧발라야 합니다.

강우량이 적은 탓인지 페어웨이 컨디션은 꽤 건조했는데요. 잔디가 푸른 부분도 있었지만 일부는 갈색 기가 돌고 땅이 단단하게 느껴졌습니다. 공을 페어웨이에 떨어뜨리면 평소보다 많이 굴러가는 덕분에 비거리가 늘어나는(!) 재미도 있었지만, 아이언 샷 시 잔디가 단단해 디봇이 거의 안 나올 정도 였습니다. 손목이 약하거나 엘보우가 있으신 분들은 쓸어치는 스윙을 구사하는 것이 부상 방지에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그린 상태는 양호해서 퍼팅에는 큰 지장이 없었습니다 (2008년 말 그린을 챔피언 그라스로 전면 교체해 연중 상태를 좋게 유지한다고 합니다).

건기 치고는 그린 상태가 괜찮았습니다.

플레이 진행은 매우 여유롭고 자유로웠습니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2명이 가면 다른 팀과 조인을 시키는 곳도 있는데, 이곳에서는 조인 없이 부부 단 둘이서 한 팀으로 라운드가 가능했습니다. 심지어 앞뒤로 다른 팀도 거의 없어 마치 골프장을 전세 낸 듯한 한적함을 만끽했습니다. CCP는 2인 플레이는 물론 경우에 따라 1인 플레이까지도 받아줄 만큼 운영이 유연하다고 합니다.(저희는 플레이 중에 아들을 데리고 나와 1인 플레이를 즐기는 아빠도 만났었습니다.ㅎㅎ)

덕분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유로운 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지요. 뒷팀이 빠르다 싶으면, 다음 홀에서 먼저 보내는 등 스루(through) 플레이도 자유로웠습니다.

9홀을 돈 후 턴(time)에서도 압박 없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클럽하우스로 돌아와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경치를 구경하다가, 원할 때 다시 나가서 뒷 홀을 계속 치는 식이었어요. 라운드 페이스도 저희 기분 내키는 대로 조절할 수 있어 정말 느긋했습니다.

플레이 시간에 대해서 누구하나 터치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쉬고 싶은 만큼 쉬고 나가쇼”라고 시크하게 이야기하던 직원의 말이 농담이 아니었습니다.

필드 플레이 영상과 라운드 기록

실제 플레이 영상은 아래 골진부 유튜브 채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영상 다 보신 후 구독! 좋아요! 알고 계시죠?! 🤣

괌 여행 첫 라운드라 공이 아주 잘 맞진 않았습니다. 새로운 잔디에 적응도 필요했구요. 그래도 생각보다는 선방해서 토탈 +9오버파, 81타를 기록 했습니다.

페어웨이 안착률 42.9%, 그린 적중률 38.9%로 과정이 썩 좋진 않았지만, 그래도 플레이 사이사이에 만족할만한 샷들이 있었습니다.ㅎㅎ

카트로 페어웨이 직배송

또 하나 편했던 점은 카트를 페어웨이 안까지 몰고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괌의 다른 골프장은 카트 도로로만 다녀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곳 CCP는 카트로 페어웨이 진입이 가능합니다. 저희는 2인용 전동 카트를 받았는데, 공이 있는 곳까지 곧장 카트를 타고 들어갈 수 있으니 이동이 정말 편리하더군요.

특히 더운 날씨에 걸어서 이동하거나 클럽을 메고 다니면 금세 지칠 텐데, 카트 덕분에 체력을 많이 아낄 수 있었습니다. 코스 곳곳에 그늘이 적어서 햇빛을 피하기 어려운데, 카트를 타고 다니면서 그나마 햇빛을 피할 수 있더군요. 현지 매니저에게 들으니 이 페어웨이 카트 진입 허용은 CCP만의 강점으로, 뜨거운 괌 날씨에서 골퍼들의 컨디션 저하를 막아주는 배려라고 하네요.

바다를 보면서 아이언 샷

18홀 플레이를 모두 마친 후의 에피소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 한 라운드를 끝내면 바로 클럽하우스로 복귀하기 마련인데, 직원분이 “또 칠래?” 하고 농담 섞인 제안을 하시더군요.😂  나중에 알고보니 괌 골프장들은 비수기나 평일에 한해 1일 무제한 골프 프로모션을 하기도 한다고 하니, 예약할 때 미리 확인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저희 부부는 이미 18홀만에 녹초가 되어 정중히 패스했지만, 체력이 된다면 하루 종일 골프를 즐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 골프장의 빡빡한 진행과 비교되어 매우 색다르고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넓은 페어웨이는 굿, 해풍은 배드

코스 레이아웃은 전반적으로 무난하고 플레이하기 편한 편이었습니다. 특별히 블라인드 홀이나 극단적인 도그레그 홀은 많지 않고, 대부분 홀이 일직선으로 쭉 뻗어 있는 레이아웃이어서 처음 가보는 골프장치고는 공략이 수월했어요.

파3 한 홀을 제외하면 코스 내에 해저드도 없어서, 물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었습니다.ㅎㅎ 현지인들 평도 “해저드가 별로 없고 페어웨이가 넓어서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워낙 페어웨이가 널찍하니 공을 쉽게 찾을 수 있었고, 오비(OB) 구역이 거의 없습니다. 앞뒤팀 여유가 있다면 다른 코스에서 쳐서 현재 코스의 그린으로 올리는, PGA에서 볼 법한 플레이도 가능했습니다. 다만 캐디가 없기 때문에 이런 환경에서 타구사고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보였습니다. 여행가서 다치면 나만 손해니까요.

한편 해풍은 플레이에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섬나라 괌은 시간대별로 바람이 꽤 부는 편인데, 특히 오후로 갈수록 해안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강해졌습니다. 몇몇 해안 홀에서는 맞바람이 세게 불어 클럽 선택에 고민이 됐는데, 실제 코스 안내에도 “맞바람일 경우가 많으니 클럽 선택을 신중히 하라”는 조언이 적혀 있었습니다. 

태평양이 훤히 보이는 Out 코스

시그니처 홀로 앞서 언급한 Out 코스 3번 홀을 꼽을 수 있습니다. 3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서면 푸른 잔디 너머로 에메랄드빛 바다가 한눈에 펼쳐지는데 그 광경이 일품이에요. 경사가 내려치는 방향이라 티샷을 시원하게 멀리 날릴 수 있고, 바다를 향해 샷을 하는 기분이라 가슴까지 탁 트이는 느낌입니다.

Out 코스 3번홀 티샷 풍경

사진 찍기에도 좋아 저희도 티박스에서 서로 인생샷을 몇 장 건졌습니다. 📸 이 홀 외에도 Out 코스 몇몇 홀들은 해안선을 따라 배치되어 있어 내내 바다를 바라보며 플레이하게 됩니다. 코스 난이도 자체는 그리 높지 않지만, 이런 절경을 감상하며 치는 재미가 커서 골프 외적인 만족도가 상당했습니다.

요금 및 예약 정보

그린피 가격은 시즌과 예약 루트에 따라 다소 변동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18홀 그린피 + 카트비 포함하여 1인당 약 $140 내외입니다. (한화 약 18~19만원 선) 이 금액으로 주중/주말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며, 캐디 없이 셀프 플레이로 진행됩니다. 

예약은 홈페이지 예약 전용 이메일로 문의를 넣어서 예약했고, 답장은 빠르게 오는 편입니다. 여행사 통해서 예약하면 할인 바우처를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저는 그냥 공홈에서 예약하는 플렉스를 했습니다. 😎 성수기가 아니라면 당일 전화 예약도 가능하다고 하다고 하는데, 확실한 라운드를 위해서는 미리미리 예약하는 게 안전하겠죠?!

주요 호텔 투숙객 대상 무료 셔틀버스가 운영되고 있어 차량이 없어도 이동이 가능한데요 , 시간표가 정해져 있으니 호텔 측에 미리 문의해야 합니다. 저희는 렌터카 이용을 선택하여 시간을 더 자유롭게 쓸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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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 앞에 대기 중인 셔틀 버스

총평

괌 CCP 골프장에서의 라운드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었다는 점에서 대만족이었습니다. 코스 컨디션이 최고급은 아니지만 관리가 잘 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다른 팀 눈치를 볼 필요 없이 프라이빗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네요. 퍼블릭 골프장의 캐주얼함과 괌 특유의 이국적인 오션뷰가 어우러져 골프 여행의 즐거움을 제대로 느꼈습니다. ⛳️🌴

다만, 최상의 코스 컨디션이나 럭셔리한 서비스를 중시하는 골퍼라면 약간 성에 안 찰 수도 있습니다. 캐쥬얼하고 편안한 골프를 즐기실 분들에게 추천 드리며,

마무리로, 저희 부부의 괌 CCP 라운드는 별 다섯 개 만점에 네 개 반쯤 주고 싶네요. 점수의 반 개는 혹서기의 바싹 마른 페어웨이를 감안해 뺐습니다(잔디야 비 오면 다시 파릇해지겠지요 😅). 다음에 괌을 찾게 된다면 망설임 없이 다시 방문하고 싶을 만큼 여유롭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후기가 괌 골프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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