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서 김낙수 부장은 인생 첫 홀인원을 기록합니다. 잠시나마 영광을 만끽하지만, 곧 표정이 굳어집니다.
축하하러 달려온 사람들 덕분에 김부장은 지갑을 열 준비를 해야 했거든요. 결국 김부장은 소고기에 폭탄주까지 쏘고 400만 원이 훌쩍 넘는 결제 금액에 손을 벌벌 떨었습니다.
홀인원의 기쁨이 순식간에 공포로 바뀌는 순간이었죠.

홀인원, 기쁨 뒤에 찾아오는 불안
사실 김부장의 상황은 드라마만의 과장이 아닙니다. 한국 골프 문화에서 홀인원을 하면 축하 한턱 내는 것이 불문율처럼 여겨집니다.
내가 쏜 공이 홀에 빨려 들어갔지만, 축하 파티 비용은 내 지갑에서 돈이 빨려 나가는 셈이죠.
김부장처럼 홀인원 보험도 안 들어둔 상태라면 걱정은 더 큽니다. 드라마에서도 상무님이 김부장에게 “너 보험 들어놨지?” 하고 먼저 물어볼 정도니까요 . 그만큼 현실에서도 다들 홀인원=큰 지출을 떠올린다는 뜻입니다.
한국에서 홀인원 하면 뭐에 돈 쓰나?
그렇다면 한국에서 홀인원 비용으로 주로 어떤 것들을 지출할까요? 관례를 한 번 쭉 훑어봅시다.
우선 동반자들의 그린피(라운드 비용)를 대신 계산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함께 친 동료들의 플레이 비용을 내가 쏘는 거죠.
또 홀인원을 도와(?)준 캐디에게 두둑한 팁을 추가로 건네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안해봐서 모르지만, 유경험자의 이야기로는 20~50만원 정도를 라운드 후에 건낸다고 합니다.
라운드 후에는 골프장 클럽하우스나 근처 식당에서 축하 만찬을 열곤 합니다. 한턱 크게 내며 밥과 술을 사는 자리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일부 골프장에서는 기념으로 코스에 나무를 심거나 현수막을 걸어주는 이벤트를 해주는데, 이 식수 및 행사 비용도 홀인원 당사자가 부담합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축하해준 사람들에게 기념 선물(주로 공)이나 떡 돌리기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관행들을 다 챙기면 돈이 얼마나 나가는지 한 번 계산해보죠. 아래는 현실적인 홀인원 비용 내역서입니다.
| 항목 | 예상 비용 |
|---|---|
| 동반자 그린피 (3인) | 약 120만 원 (30만 원 × 4) |
| 캐디 축하팁 | 약 20만 원 (최소 가정) |
| 축하 만찬 (식사 및 술자리) | 약 250만 원 |
| 기념 식수/행사 비용 | 약 150만 원 |
| 기타 답례품 비용 (공 or 떡 등) | 약 100만 원 |
| 총합 | 약 640만 원 |
금액만 보면 약 640만 원에 육박합니다. 드라마 속 김부장이 결제한 200만원은 차라리 소박해 보일 지경이네요.
물론 경우에 따라 이 중 일부만 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많은 골퍼들은 적게는 100만 원대 후반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지출한다고들 합니다.
실제 한 보험사의 조사에 따르면, 기념 트로피나 특별 제작 볼 같은 기념품 제작비만 50만~150만 원, 동반자들과의 축하 만찬비는 50만~300만 원 이상 들 수 있다고 해요.
이쯤 되면 홀인원은 행운이면서도 지갑엔 불운인 셈입니다.
결국 이렇게 체면 치레하느라 쓰는 돈이 커지다 보니, 홀인원을 하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게 현실입니다.

미국, 영국은? 일본은 더하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서구권 골프 문화에서는 한국처럼 거창한 축하문화는 드뭅니다. 홀인원을 해도 클럽하우스 바에서 동료들에게 한 잔 사는 정도가 전부인 경우가 많습니다.
영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골퍼들이 홀인원 후 사는 술은 평균 16~20잔 정도로, 고급 골프클럽에서도 맥주 20파인트 값이 약 170파운드(약 28만 원) 정도였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수백만 원이 드는 것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인 셈입니다. 게다가 미국, 캐나다의 일부 골프클럽에는 회원들이 매년 몇십 달러씩 모아두는 홀인원 펀드(일종의 보험)도 있다고 해요.
예를 들어 어떤 클럽은 회원당 50달러(약 7만 원)씩 연간 걷어 두었다가, 회원 중 누가 홀인원을 하면 그 돈으로 그날 오는 손님들 술값을 커버해준다고 합니다.

한편 일본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입니다. 오히려 이 홀인원 축하문화가 가장 과한 나라로 유명한데, 홀인원을 하면 아예 작은 결혼식 수준의 파티를 열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음식, 술은 물론이고 여흥 거리와 기념 선물까지 풀 세트로 챙겨 손님들을 대접하는 게 도리라는 거죠. 당연히 개인 부담 비용이 엄청날 수밖에 없습니다.
한 외신에 따르면 일본 골퍼들은 이런 파티 비용으로 최대 1,000만 원 가까이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 실제로 일본에서는 1980년대부터 이러한 문화가 발전하면서, 개인 골퍼를 위한 ‘홀인원 보험’상품이 가장 먼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 보험을 드는 골퍼가 한때 수십만 명에 이를 만큼 인기가 높았다고 하네요. 심지어 “일본에서 홀인원을 하면 차라리 모르는 척 하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부담이 크다는 뜻이겠죠.
돈 걱정 없이 축하할 수는 없을까?
홀인원은 골퍼라면 누구나 꿈꾸는 행운의 순간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 순간이 오면 한편으로 지갑 걱정부터 앞서는 현실이 씁쓸합니다.
좋은 일에도 체면을 챙겨야 하는 우리 문화가 한몫 하는 것 같습니다. 기쁨을 함께 나누는 좋지만, 과한 부담은 결국 순수한 기쁨을 반감시킵니다.
다행히도 요즘은 김부장님들(?)을 위해 홀인원 보험도 쉽게 가입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국내 보험사들도 골프보험 특약으로 홀인원 축하비용 담보를 제공하는데요. 보험료 2~3만 원 수준의 연간 상품이나 라운드 당일에 2천~6천 원으로 드는 원데이 상품도 나와 있습니다.
홀인원으로 발생하는 식사비, 팁, 기념품 비용 등을 최소 50만 원에서 많게는 200만 원까지 보전해주니, 전액은 아니더라도 꽤 든든하죠.
김부장 같은 직장인 골퍼라면 라운딩 전에 커피 한 잔 값으로 마음의 평화(보험)를 사두는 것도 현명한 선택일 겁니다.

홀인원이 과한 경제적 부담을 주는 대신 진정한 축하만 남는 문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부장 김낙수가 마음 편안하게 홀인원 하는 골프 문화를 고대해 봅니다.
그나저나 저는 언제 홀인원 해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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